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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2.06 레드 카펫 위에 선 아찔한 그대를 위한 영화제 하나.
- 2020.12.06 음악이 담긴 인생 그림책 이야기
- 2020.11.16 무언가.. 답을 찾고 있는 그대에게
- 2020.11.14 세월호 6주기를 기억합니다
- 2020.11.09 그 겨울에 동네 책방
- 2020.10.10 재능을 외면한 대가
한 해의 12월 마지막 주는 후다닥 지나가고는 했어요. 평생 이렇게 고요한 메리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풍경은 처음 맞아요. 혼자 지내는 시간에 푹 빠지며 지내는 게 익숙한 시절입니다.
애인이 보내준 향기로운 커피 향내와 기분 좋은 음악이 있으니 무에 그리 바랄 게 있을까나...
하던 일을 마무리하는 일은 12월 끄트머리가 되면 뜻밖에 발견의 기쁨을 주고는 해요. 홀로 지내는 그 많은 시간 가까이 쌓아둔 읽을 책들 사이에서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그 한가지로 한 해를 정리하다 보니 내가 태어나 살아온 현대사가 되어 버렸어요.
2020년 고단한 코로나 19 시절을 지나치는 중인데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 서 있다는 생각도 들어 순간 멍 해지기도 하지만요. 아무래도 길은 늘 열려 있었던 것 같아 한 걸음 내딛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이어서 가장 짧은 임기의 윤보선 대통령을 지나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대통령 박정희까지 나의 십 대는 개인의 간헐적 기억과 교과서로 대한민국이 인지되었던 시절이었죠.
전두환의 쿠데타로 시작해 87항쟁을 거쳐 노태우의 대통령 당선을 지나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차츰 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정부라는 존재 자체를 실감할 수 없던 시절, 신뢰라고는 티끌만큼도 없이 되풀이되는 사회에 스스로를 돌보는 일만도 너무 버겁던 20대였어요. 사회로부터 나를 지켜내기 위해 벽을 쌓는 일을 하며 무장해제할 수 없었던 첫 번째 생애주기를 지나왔죠.
두 번째 주기의 나의 삶은 가족 안으로 안착하는 선택으로 결국 나를 지킨 것이 되나 봅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누구이건 상관없었다고 하는 게 비교적 솔직한 마음입니다. 어차피 내가 바라보고 느끼며 살아갈 공간과 시간은 한정돼 있었기에 그 안에서 좋은 삶을 살아내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현재의 즐거움과 내일을 향한 설레임으로 가족 공동체가 주는 작은 힘이 건네는 사랑만이 이 세계가 주는 유일한 위안이 아닐까 생각하고는 합니다.
이 두 번째 시절은 다행히 평화를 내걸어 정권이 교체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대통령으로 지나갔죠. 정치 무관심이 최선처럼 여겨지던 때, 알아야 뭐든 지킬 수 있다는 개인적 이유로 21세기를 맞이하며 관심 주지 않았던 역사에 뒤늦게 몰입하던 시절입니다.
역사를 다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적지 않은 배신감. 한국 사회가 주입하던 세계관의 허세, 신자유주의라는 말장난이 숨긴 세계화라는 주입된 교육의 실체는 그야말로 비통했습니다.
어렴풋이 느끼던 이십 대의 감정을 더 공고하게 만들어주는 시절로 지나면서 사회 양극화를 더 깊게 새겨놓았지요. 그렇다고 모든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죠. 세상은 이렇게나마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시절 내 마음이 겪은 고통이 희석될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을 품을 수 있어서였어요.
세 번째 생애주기를 맞으며 만난 18대 대통령은 탄핵으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할 것인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제 인생을 좀 더 역동적으로 바꾸는 시작이 되었답니다.
18대 대통령 박근혜 당선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 심각하게 정체된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였어요.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이 사회가 과거로 역주행하고 있다는 놀라움이었죠.
그 놀라움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안 보이는 힘이었어요. 뭐든 해야만 했고 개인주의자가 적극적인 이타주의자로 나아가는 진보의 시작이 되었거든요. 위기에 맞서는 개인의 생애 전환은 비틀거리는 정의를 넘어지게 만들지는 않으니까요.
시민사회는 생각에서 행동으로 다시 또 다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한 걸음에 같이 할 수 있을 때 자명성을 얻게 됩니다. 무조건 순응하고 수용하는 국민에서 능동적으로 주체성을 발휘하는 시민으로 진보할 때 정치는 작동하니까요. 개인적인 일이 정치적이라는 말은 강력한 힘을 건네는 문장입니다.
“사람이 먼저다!”
19대 대통령 말씀이 아직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바보 같을 까요? 다행스러운 것은 스스로 바보같이 살아온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기에 바보라고 해도 웃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12명의 대통령을 지나오면서 나답게 살아올 수 있었던 나의 현대사는 자각과 각성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 서서 아직도 꿈을 품고 있네요.
오늘은 비가 와도 이 비가 걷히면 어디선가는 뜰 무지개를 닮았네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그대의 오늘도 역시 궁금합니다. 그대, 잘 지내고 있지요? 안부 인사를 건네면서 그대여, 새해에도 복 많이 지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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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반자 둘과 함께 살아가는 중입니다. 사람이라 불리는 이안 씨와 고양이라 불리는 우리 씨입니다. 이 책을 만나 저자와 인연을 맺은 세월은 8년 정도이니 제법 길다면 깁니다.
세월에 입힌 숫자는 사실 별 의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인연이 어느 한순간 짧은 만남을 만들어내기도 하나 봅니다. 지난 겨울 EBS 발견의 기쁨의 주인공이 되어 동네책방을 찾아 주었으니 그 정도의 우연도 지난 세월 이어진 끈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는군요.
동물을 무서워하던 내가 무서움을 넘을 수 있던 것은 그 동물과 동반자가 되면서입니다.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안 씨 덕분에 책방 고양이 우리 씨가 가족이 되었어요.
저자가 초대하는 식탁은 그동안 책을 읽어온 내게 적잖은 울림을 줍니다. 거의 모든 분야의 책을 만나기는 얼마나 힘이 들던가요. 그나마 다양한 분야를 접해보려 애를 쓰지만 늘 내게로 오는 책은 극히 일부분일 테니까요.
아무래도 개인의 관심이 더 많이 가는 쪽으로 책은 선택되고 있으니 통섭의 풍성한 식탁은 누구든 차릴 수 있을 겁니다. 언젠가 저도 저만의 식탁을 풍성하게 차릴 기회가 올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통해 관심을 갖고 흥미를 끄는 책들이 12월 도서구입에 제목을 올리겠지요.
누구나에게 가능한 일이건만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늘 현실적으로 작동되고는 하나 봅니다. 저자가 보기 좋게 달아놓은 지식의 만찬에 들어갈 책 역시 자연과학 중심으로 만든 식탁이라는 점을 잊지는 말아야겠지요.
어느 분야로 접근하던 개인이 살아가는 방법의 최종 선택은 자기 결정이면 충분하겠지요. 이 책을 통틀어 제가 읽은 책이 일곱 권 정도 되나 봅니다. 그것마저 기억에 남은 것은 미흡합니다. 한 문장 정도도 기억해내는 것은 없었어요.
서가를 둘러보고 누군가가 빌려가 돌아오지 못한 책은 다시 사서 읽어봐야지 합니다. 이런 기회로 지난 세월에 묻힌 책을 다시 만난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기는 합니다.
인간 중심의 사회가 당연시 되어온 인류에게 자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늘 말을 걸어왔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이기적인 생명체로 맹활약을 해온 인간이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여전히 지속가능 세계는 불투명하겠지요.
생명존중은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기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주목해보지만 역시나 불편하기 싫은 또 다른 내가 징징거립니다. 자기로부터 혁명은 시작된다고 여기지만 거의 모든 것의 변화가 가능하다고는 생각해 볼 수가 없어요.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머리속에서만 가능한 이 생각에 날개가 달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 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깨닫게 되거든요.
먼지처럼 나풀대다 어딘가에서 사라질지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내고 이 땅을 떠날 수 있기를 다짐하게 만듭니다.
통섭의 식탁에서 나눌 지식의 만찬이 내 삶에 어떤 변화와 행동을 촉발할지는 받아들이는 개인마다 다를 겁니다. 별 생각 없이 살아온 인간 중심에서 조금은 생명체의 다양성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겠네요.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으로서도 충분히 고단한 사회인 것은 분명합니다. 같은 종끼리도 반복하고 있는 불협화음과 난무하는 야만성에 이기심까지. 자신을 지키기도 힘들지 않던가요. 살아가면서 만나는 불편한 진실에 허우적거리다 그것에 갇혀버릴 것만 같기도 합니다.
자연에게서 얻는 지혜를 품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류가 진보를 내세우며 지나온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도 배울 것이 차고 넘칩니다. 결국 저자만큼이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서 생명 존중과 자연을 품고 갈 수 있는 삶이면 좋겠구나 싶었어요.
다윈이 맨 마지막 페이지에 적은 대로“한 곳에서 잠시 밖에 머물지 않는 여행자의 묘사는 세밀한 관찰이기보다는 단순한 스케치에 그치고 만다.”는 이 문장이 인간으로 태어나 잠시 머물고 가는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될 뿐입니다.
생명의 탄생, 그 역사에서 한 점에 불과할 현재, 개미와 꿀벌의 세계에서 알아내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는 공동체의 힘을 생각합니다.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는 인류의 고단한 12월을 바라보며 오늘 마주하는 인간에게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다른 생명체에서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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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6일.
코로나 19로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20회의 지역특성화 문화예술 교육 사업을 마무리하고 발표,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찬찬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은은히 밀려드는 이름 붙일 수 없는 향기였습니다. 그 향기에 취해 한 순간 아린 가슴을 만나기도 하고 진한 그리움과 온유한 사랑의 힘을 만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가진 생애 자취는 각기 다른 모양과 색으로 다르게 다가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습자와 강사이기보다는 한 사람과 또 한 사람으로 만나게 되던 20주의 여정은 아슬아슬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시작과 멈춤을 반복하면서 배운 특별한 경험은 내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다양한 접근과 삶의 시선을 깊이 있게 가지면서 드러나는 개인의 삶은 독특함이라는 공통점을 만들어 주는데 바로 긍정의 힘이었습니다.
그동안의 학습 과정을 펼치고 자신의 삶을 드러낼 수 있는 발표 전시회입니다. 따로 또 같이 살아온 다른 사람의 삶에 공감하며 같이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자리가 되리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문을 엽니다.
사계절을 지나오면서 민감하게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움츠리기도 하면서 무사하게 마무리된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이었던 마음을 정리해 봅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아리 '상상 테이블'은 세대를 넘나드는 모임입니다. 각자 활동하는 영역도, 놓인 환경도 다른 개인들의 모임이지요.
협업의 어려움은 역시나 같은 상황에 대응하는 다른 사고방식이었죠. 서로를 배려한다는 의미는 무척이나 형식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현장에서 깨닫게 된 일이기도 했고요.
협업으로 이루어내야 할 사업 목표가 정확했기에 어떻게든 어려움을 넘어서야 했던 것이 마무리할 동력을 준 것 같아 안도할 수 있기도 했어요.
동아리 사업은 아무래도 개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낼 책임감이었습니다. 개인이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할 때 다른 누군가가 그 일을 해야만 하니까요.
함께 나눈 시간이 어떤 느낌으로 각자의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지나 마지막 수업 과정과 결과물을 발표하고 전시해 서로 축하하는 마음을 나누는 순간은 소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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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앞 노란 국화가 깊어진 가을빛에 더욱 환합니다. 덩달아 내 마음도 환해야 하건만 저는 왜인지 마음이 무거워요.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가을 마무리로 분주한 일상이라 그런가 싶기도 해요.
이 책의 부제로 올려놓은 글귀가 저자의 마음 깊이를 헤아리게 하는군요.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성찰"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은 그 날부터 20년이 됩니다. 박정희의 유신헌법을 좋은 법이라 배우며 성장한 십 대가 겪은 역사 트라우마는 삶을 바꾸는 시선을 만들어 주었죠.
적어도 내 아이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며 삶을 찾아 나아가게 하고 싶었습니다. 우선은 스스로 알 수 없었던 역사의 진실을 찾아 나서야 했고요. 그래서 역사기행팀을 꾸려 전문강사의 도움으로 역사 현장을 다녔답니다.
초등학생 중심의 고대사와 중세이다 보니 현대에 머문 어른이 된 나는 더 깊이 더 다양한 책으로 접근하고는 했습니다. 이제 역사 덕질이라 할 수도 있겠구나.. 그럼에도 역사 관련 책들은 서가에 늘어만 갑니다.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해야만 하는 젊은 세대들의 고역이 되어버린 교과서로써 한국사는 전체를 아우르지는 못합니다.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아야 할 역사가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뒤편으로 사라지는 현실은 슬픈 일입니다.
잠시라도 최태성 선생의 한국사 강의를 접했다면 역사 사실뿐만 아니라 내일을 향한 희망도 만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지난해 발간된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쓸모 있게 이성과 감성을 자극합니다.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 역사의 인물을 만나보고 역사의 쓸모를 되새겨 볼게요. 스물두 가지의 성찰 중 제게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인물은 독립운동가 박상진이였어요. 한국사회 엘리트층에게서 발견하기 쉬워진 불편한 진실과 사실 그 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거든요.
그 틈이 쩍 벌어지면서 파생하는 파열음이 언제나 삶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기도 하고, 그래서 그 스침이 주는 슬픔에 빠지면 무거워집니다.
사회지식인들이 한 선택은 당장은 보이지 않아도 역사의 한 줄기에 기둥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 선택의 기준에서 공통점은 당연히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으로 한 점이죠.
개인 선이 공공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엘리트가 많은 사회는 확실히 사회 전체에 좋은 영향을 주거든요. 개인적으로 사회 지식인은 지성인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에 뒷받침할 수 있는 성장 과정이 필요하구요.
결국엔 한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에 있다고 봅니다. 유년 시절을 거쳐 청소년, 청년 시절을 지나면서 겪는 성장기에 이 사회는 과연 무엇을 해 왔는가? 교육 과정을 통찰하는 노력이 절실하죠.
도대체 인간이라는 종은 왜 이리도 부조리의 늪에서 빠져나오니 못하는가. 네, 어렵습니다.
교과서로 만난 역사는 얼마나 단편적인 사건만을 다루었는지도 알게 됩니다. 교과서 밖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작동하는 동기부여인지도 모르겠어요.
역사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한 개인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가 훗날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뒤틀려왔는지를 알아차리게 되는 겁니다.
이 책이 역사 속 인물을 적절하게 풀어놓아 지금 내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다시 일깨우기도 하는 이유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임에도 아는 것으로 끝내버렸기 때문이죠.
독립운동가 박상진은 멈추지 않고 움직였기에 꿈을 꾸고 있는 내게 더 크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꿈은 늘 움직이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또다시 꿈을 꾸게 된다고 여겨왔거든요.
우적우적 홀로 걸어온 길 위에서 늘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역사를 접하면서 늘 마주하는 진실과 사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내게는 너무도 불편한 진실이 다시 역사 안에 쌓이겠구나... 인류는 결코 그 틈을 메우지 못할 것을 확인하게 되거든요.
그 어떤 선택을 할 때 한 번은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는가? 적어도 나에게만 좋은 일이어서는 안 되니까요. 역시나 삶은 갈수록 쉬운 것이 아니라 어려워만 지네요.
이 책장을 닫으며 내 상상력이 발휘하는 희망을 떠올리는 내일이 될 수 있기를 열망하게 되네요. 누구든 이 책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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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기를 맞아 출간한 <17자 詩로 세월호 품다>
프롤로그 전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제 삶에 뜻하지 않은 공포를 주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각해보지도 못한 일이었기에 세월호 참사에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만약 내 아이가 세월호에 있었다면 지금 나는 어찌 견디어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세월호 구조에 방관하고 있는 국가의 행위와 언론의 행태는 볼만 했습니다. 내 나라를 사랑하는 것과 국가를 대신하고 있는 이 정부는 등가일 수 없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무엇이든 해야 했고 사회 참여라는 작은 일부터 했습니다.
4.16연대에 가입하고 후원금을 보내고 팽목항을 다녀오고 기억의 숲 조성에 힘을 보태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알아내려는 프로젝트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갑작스레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에 비할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막연하게 내 삶을 갉아대는 공포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팽목항을 떠날 수 없는 마음, 304명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아니 구하지 않은 국가의 폭력 앞에 저항할 수 있었기에 그 공포심은 조금 잦아들었습니다.
이 詩가 잃어버린 생명들을 다시 기억하게 합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나면서 받은 공포. 어떻게 지금까지 그대로인가... 진실이 침몰하고 한국사회는 어떻게 이리도 멀쩡한가...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두 번째 시집을 펴냅니다. 충남 서천 동아리 ‘상상테이블’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같이 한 아름다운 동행은 사라진 진실에 힘을 더해 이 땅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진실은 결코 제 힘을 잃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6주기 304명을 기억하고 추모합니다.
[붙임] 세월호 참사 100일부터 1000일 동안 그 순간을 담아 둔 마음에서 304편을 품었습니다. 6주기 세월호 추모 시집은 주로 2015년 일상을 담은 마음으로 두 번째 독립출판을 합니다. 인세 전액은 4ㆍ16연대에 기부합니다.
“세월호 기억하기. 아름다운 동행에 동참해 주세요”
구입처: [오프라인 서점] 책방, 눈 맞추다 (041-953-0916) |
출처: https://felice1916.tistory.com/entry/17자-詩로-세월호-품다 [overd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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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지런을 떨어야 할까... 조금 더 열심히 해야할까... 무엇을 위해서... 엉성이 푸른비는 하려는 것일까요. 문득, 여러 일이 스치듯 지나며 겨울 맞이를 하는 순간이 가깝습니다.
코로나 19로 긴장된 삶은 사회적 거리 단계가 완화되면서 꿈틀거립니다. 두 눈만 빼꼼히 내놓고 가을 깊숙한 느낌을 만나며 거리를 지납니다.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이곳 저곳에서 분주합니다.
동네 책방이야기는 아무래도 2020년 2월, 겨울 마무리부터 열어야 할 것 같습니다. EBS발견의 기쁨, 동네 책방의 마지막 회차가 되어 버린 그 날.
아무래도 3월이 열리면서 코로나19의 수상한 시절이 책방지기 마음을 움직이도록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쩐지 새 봄이 걱정스럽게 다가오는 때였죠. 미리 준비를 해두어 하지 않을까...4월이 되면서 책방 이사를 결단하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지금 여기, 장항읍으로 <책방, 눈 맞추다> 둥지를 틀었답니다.
"마음이 그대를 부르면 이곳으로 달려와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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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친숙한 이야기는 이제 너무 익숙합니다. 그의 작품은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전체를 관통하고는 하지요. 이 작품은 두 번째 희곡입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베르나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저처럼 관심을 갖고 찾아내 접했을 것 같네요. 2인극으로 프랑스에서는 이미 상연된 '인간'입니다.
개인적으로 남아있는 시간에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는 못한 저로서는 의미심장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때마침 인연을 이어가고 있던 청년의 목소리를 들으며 영혼의 저울을 상상해 보게 하네요.
이십 대 절반 즈음 돌아보니 십 대 이어진 그 날 그 순간이 떠오른답니다. 그 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리는 아니었을 것 같다고요. 내 삶의 여정에 단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죠.
이 작품에서 아나톨은 병원에서 수술 중 죽음을 맞아요. 의식하지 못하는 영혼 아나톨 역시 저처럼 그저 행운이라고 믿었던 삶이었다고 말해요. 베르나르는 영혼의 세계에서 변호사 역인 카롤린이 되어 이렇게 답합니다.
"행운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에 무지한 자들이 붙이는 이름이에요."
그래요. 나도 누군가에게서 이와 비슷한 느낌의 말을 들었던 것 같아요. 행운이라 말하고는 했던 일들은 그 이면에 그만큼의 노력과 고충과 인내, 기꺼이 내어준 마음들이 있다고요.
베르나르의 작품 전반에서 만나는 감정은 분명 허구인데 허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들고 책장을 다 덮을 때까지 어리둥절한 확인 작업이 지속되고는 합니다.
인간의 삶은 유전 25퍼센트, 카르마 25퍼센트,자유의지 50퍼센트가 재료로 들어간 후 탄생한다는 겁니다. 태어나는 순간 이 세 가지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겁니다. 물론 베르나르의 세계에서 말이죠. 이 사실을 과학적으로 논증할 수 없으니 그렇거나 아니거나 개인에게 달린 문제겠죠 여전히.
『심판』은 이 세계의 다양한 종교관과 사상을 적절하게 작가 정신으로 연결해 놓았어요. 그러다 보니 베르나르의 작품은 아시아 세계관을 늘 염두에 두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학습한 세계관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거든요.
기독교 세계관과 이집트 신화, 불교의 가치에 중국사상의 접목까지 두루 만나게 되는 작품입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세계에서 판결은 대부분 환생입니다. 죽기 전까지 다 하지 못한 삶을 다시 살아내야 하늘에 머무를 수 있다는 거죠.
과연 나는 자유의지로 살아왔는가? 되돌아 보면 여전히 자유의지만으로 되지 않았던 순간을 기억하거든요. 어느 순간 자유의지라고 말하면서 이 사회와 타협해 온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어요.
20대에 이름 앞에 따라 붙은 수식어는 '아나키스트'였죠. 대체로 정부의 존재를 거부했으니 그랬을 겁니다. 딱히 행동으로 옮긴 것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였으니까요. 행복한 개인주의자로 주는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으며 살아가고자 노력했던 이십 대였죠.
그 시기의 내가 있었기에 그 다음 이어지는 결혼 생활과 육아, 사회생활이 크게 일그러지지 않은 채 나를 지켜준 것일 테고요. 다시 홀로 걸어가는 지금에도 개인주의자로 이타주의를 내세우며 공동체를 향한 사랑을 지켜내는 중이죠.
어느 날 영혼의 세계에 가게 되어 심판을 받는다면 저는 그곳에 남게 될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네요. 아나톨처럼 행운으로 믿으며 그럭저럭 살았던 평범한 사람이기에 환생하게 되겠죠. 그 순간 저는 자유의지보다는 위대한 작가의 카르마를 발전시켜 볼 기회를 잡고는 싶답니다.
이 세계에서 모두를 조금은 덜 불행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가장 쉽게 마주할 일은 역시나 글쓰기라 생각합니다. 지금껏 자유의지로 글쓰기를 해왔기에 이만큼일 테니까요.
이번 생은 이만큼에 만족하며 마무리하고 싶어요. 치열하지 못한 삶이 갑작스레 치열해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 것 같거든요.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순간이 그대들에게도 가능하면 좋겠어요.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살갗을 스칩니다. 한낮의 가을빛은 너무 맑고 찬란해서 나무와 꽃들이 춤을 춥니다. 덩달아 내 마음도 같이 신이 났어요. 황금빛 들판이 삶을 위안하는 계절, 마음껏 누리는 날들로 열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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