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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6.14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
  2. 2020.06.10 그 소년과 사랑에 빠지다*~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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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열면 연필로 마구 써놓은 책장 위 글자를 만납니다. 

2014년7월 13일. 이 책을 처음 마주한 후 써놓은 이 문장이 살아 꿈틀거리는 순간.

 

 "읽었다와 이해한다. 그리고 느낀다는 다르다.

 

그리고 2016년 브런치에 써놓은 한 편의 글.

 

다루마리'의 부패하는 경제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현실 세계에서 실현하려 한 레닌의 말로 저자 이타루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말을 건넵니다. ‘혁명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운 한국사회, 그 어디엔가 변두리 혁명은 열리고 있겠지요. 그런 이들이 많아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고 우리의 일상은 시골 빵집의 달짝지근한 향기로 채워질 것 같습니다. 이 책과 함께 하는 주말의 시간은 참으로 오랜만에 다가오는 느긋함이었습니다. 자본론을 내 삶에 대입해 보며 상상력이 가리키는 방향에 그래도 남은 풀뿌리들이 작동하는 경제, 개인의 선함이 모여 공동체에 불어넣을 활력을 봅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빵 굽는 이타루의 샐러리맨 시절의 이야기는 지금, 여기와 같더군요. 물론 세계 경제의 흐름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한국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기만 합니다. 역사의 시간에는 세 나라의 관계가 드러나고 그 관계를 인식하는 일들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 온 불온한 세력들이 있었고요. 잘못된 것을 알았을 때 선택은 개인의 몫이었을까요. 아니면 집단의 공공연한 공조였을까요. 이 세계의 부조화는 역시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맹신하여 자신을 두려움에 가두어 생겨난 현실입니다.

 

그렇게 달려온 우리는 그동안 삶에서 경쟁으로 만들어 내는 효율과 착취로 비롯된 나의 힘듦을 돌보기는커녕 닦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개인으로 성장하여 사회가 따르는 가치에 순응하는 것이 잘사는 것처럼 지나온 시절들에서 이 책은 일상과 연결된 노동의 진짜 모습을 만나게 합니다. 자본론이 구워지면서 아주 좋은 냄새를 풍깁니다. 언젠가 좋은 바람이 불어 올 것만 같아요. 이 책을 만나면서 한국사회의 패러다임도 전환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가능성의 시작은 작은 공동체들의 힘이라 생각되더군요. 한국사회의 막힘으로써 삐져나온 혁명, 거대한 자본의 힘을 외면하면서 체제의 전복은 시작된 것 일지도요.

 

우리 동네 빵집 잔혹사는 19세기 영국에서 21세기에는 도쿄에서 이미 발생했지만, 한국의 빵집은 더 깔끔하게 기록될 만큼 전멸하고 있기에 처참합니다. 한 개인이 자영업자가 되어 소상인으로 살아날 기회를 원천봉쇄하니까요. 대기업의 브랜드로 보기 좋은 빵, 부패하지 않는 빵집은 넘칩니다만 내 고장에 있던 그 맛의 빵집은 흔적도 없답니다. 언제부턴가 당연하게 있다고 생각하던 그 자리에는 유명 브랜드의 상점들이 환하게 열려있죠. 소비자로 그저 그런 건가 보다 하며 무심코 지나친 그 많은 시간에 있는 나는 상상하지 않는 거죠. 그렇게들 살아왔나 봅니다.

 

조금이라도 일을 덜 하면 자본가의 상투적인 수법을 거부하는 것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지요. 부패하지 않는 빵에서 우리는 자본론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부패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던 것을 알게 됩니다. 저자는 시간에 의한 변화의 섭리에서 벗어나 있는 이 두 가지를 통해 삶이 비인간적인 방향으로 흘러 왔음을 빵 굽는 노동으로 이야기합니다. 시골 빵집이 찾아낸 부패하는 경제의 핵심은 발효, 순환, 이윤 남기지 않기, 빵과 사람 키우기, 네 가지입니다. 빵집을 하면서 이윤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지요.

 

그는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합니다. 착취 없는 경영으로 돈이 새끼를 치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윤을 남기는 대신 빵 속에 수많은 생각을 담는다고 하는 거죠. 그는 돈 대신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돌봄이 가능하고 순환이 가능한 지역의 빵집 다루마리입니다. 이타루의 빵 굽는 풍경들이 나를 부릅니다. 바다 여행으로 가 보고 싶은 곳, 소리 없는 혁명이 일어나는 그곳, 에도시대의 기운들이 현재와 함께 살아가는 가쓰야마는 나의 거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과 관련한 이야기 방송] 이창우 북클럽 &그 많은 페미니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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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그 소년과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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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슈나지*~

 

포스트 코로나. 지금 너머를 사유하다

 

나는 그를 만난 적도 없다.

그가 존재했던 그 시대를 훌쩍 넘어 반세기도 지나온 현재까지 그는 여전하게 곁에 남았다는 것만을 알고 있다.

누군가는 1001번을 식탁에서 점심을 나누었다지만 나는 그 시절 그 순간을 납작한 글자로 만난다.

 

납작하게 눌린 글자들은 숨을 건네고 그 날숨과 들숨에서 생기를 얻는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온전하게 다 부른 이름으로 마주한 매 순간마다 나는 평정을 얻는다. 20대 이후일 것이라 기억하지만 그보다 더 이를 수도 늦을 수도 있다. 기억은 늘 제 멋대로 확장되기도 줄어들기도 해왔기에.

 

존경과 애정을 담은 표현 방식은 때로 신기한 힘을 건넨다.

크리슈나~.

 

[책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그 소년과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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