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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06 인터넷은 가상이고, 고양이는 현실이다

인터넷은 가상이고, 고양이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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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난 해 크리스마스 이브였어요.

뜻밖의 선물로 책 한 권을 벗에게서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 같아요. 그 순간은 세월이 지나도 건네는 힘이 있는데 작은 설레임을 닮은 사랑받는 느낌일 지도 모르겠어요. 

 

무심코 책장을 열면 벗의 손글씨가 묘하게 살아 움직이는 거죠. 야금야금 읽어야지. 그런 마음이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발견해 단숨에 읽게 되는 책이 되었답니다. 

 

고양이 우리씨와 살고 있는 내게 벗을 대신해 서가에 놓여있는 그의 존재감. 벗이 나타났던 그 순간과 그날의 따스했던 이야기들까지 흐릿하게 다가오지만 느낌은 아주 강렬해요. 

 

길고양이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이 책의 주인공이 고양이의 방문을 어느새 기다리게 되고 이름까지 건네게 됩니다. 고양이 '시빌'과 사랑의 아픔을 나누게 되는 주인공은 11년 간 같이 살아온 남자와 이별하게 됩니다. 

 

그후 고양이 시빌에게서 배우게 되는 삶이 느긋해지면서 찾아오는기쁨을 실천하면서 지나온 시간보다 더 활기차게 일상을 만들어 가죠. 주인공은 드디어 나누는 삶에서 행복을 얻는 '고양이 전설'까지 창조하게 되고요.

 

살아가면서 잃어버리게 되는 관계는 어느날 갑자기 공백으로 다가 옵니다. 별로 공들이지 않아도 지속된 관계가 스르륵 무너져 내리는데 사실은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던 거죠. 

 

무감각하게 일상을 지탱하면서 습관적으로 계속되는 일상에 별 의문을 품지 않고 잘 적응한 것이 잘못이라고 해야 할까 요. 사회생활에 잘 적응한다는 것이 잘 살아낸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을까요.

 

인간이 다른 생명체로부터 얻는 지혜는 뜻밖의 선물이며 행복이기도 합니다. 그저 내 곁에 남아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홀로 있는 내게 동반자의 힘을 느끼게 해주죠.

 

인터넷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일상이 된 현대사회에서 고양이는 현실입니다. 넘쳐나는 카카오톡 알림 숫자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면 하얀 고양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어요.   

 

살아있음을 실시간으로 깨닫게 해 주는 동반자로서 역할을 잘 합니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소설을 읽으면서 만나는 친근함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네요. 초록 식물을 바라보며 웃음짓는 일과 비슷하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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