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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29 공동체 영화 상영 : 홀로 남겨진 그대에게 "해피 어게인"
  2. 2021.04.28 동네책방 문화사랑방 문을 열다
  3. 2021.04.16 노랗게 흩뿌리다
  4. 2021.04.10 7주기 세월호 기억하기
  5. 2021.02.13 숨어있는 스테디셀러, 폭로 - 밀레니엄 3부
  6. 2021.02.13 숨어있는 스테디셀러, 권력 - 밀레니엄 2부
  7. 2021.02.03 숨어있는 스테디셀러, 은폐 - 밀레니엄 1부
  8. 2021.01.21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

공동체 영화 상영 : 홀로 남겨진 그대에게 "해피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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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날, 4월 마지막 수요일. 

동네 책방 문화사랑방에서는 "영화로 눈 맞추다"로 저녁 시간을 채웠답니다. 

 

 

상영작은 해피 어게인 The Bachelors

장편 미국 2017 드라마 15세이상관람가 99

감독 /커트 보엘커

주연 /J. K. 시몬스, 줄리 델피, 조쉬 위긴스, 오데야 러쉬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통은 거부할 수도, 없는 척도 못 해. 하지만 그 고통이 뭔지 제대로 바라보고 이겨나갈 방법을 찾는다면 내일 우린 조금 더 행복해져 있겠지.”

 

가슴속에 각기 다른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빌, 카린, 웨스, 레이시외면해왔던 아픔과 마주해야 하는 그 순간, 서로의 존재는 특별한 위로가 된다. 다시 찾아오는 새로운 내일! 우리, 해피 어게인!

-공동체 상영 <팝업 시네마> -

 

 

코로나 방역 지침을 따르느라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펼치지 못했죠. 이름하여 "알음알음 초대하기"

평소 수용 가능의 50% 정도의 사람이 모여 영화와 눈을 맞춥니다. 

 

약 100분의 상영 시간은 영화의 세상에서 만나는 상실감으로 일상이 잠식된 아버지와 아들이 그들의 삶을 힘겹게 이어갑니다. 가족의 죽음은 남아있는 자들에게 상실감으로 오랫동안 삶에 흔적을 남기고는 하지요.

 

주변에서는 그 상실감을 지우기만 하는 것으로 그들을 외부로 끌어내려합니다. 하지만 상실은 대체할 무엇으로 메꿀 수 있는 감정이 결코 아니지요.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회적 타살이 뉴스로 만나 내 안에 똬리를 틀기도 합니다. 더욱이 개인적으로 대면하기도 하는 일상에서 얻는 상처는 갑자기 상실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책방, 눈 맞추다에서 우리는 서로 눈을 맞추고 영화 감상후 나의 이야기로 이 순간을 나눕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풀어내는 마음이 서로에게 닿아 이어지면서 수요일 저녁 시간은 깊은 밤 차가운 공기처럼 눕습니다.  

 

혼자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주변을 둘러 보면 사람이 있음을 기억해 냅니다. 내가 손짓하면 손을 내밀어 같이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살아있음을 발견합니다.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우리는 홀로 태어나 홀로 떠나는 존재이니까요.

 

다시 5월 마지막 수요일 저녁에 설레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죠. 참으로 사람 냄새 폴폴 스며드는 좋은 시간이었어... 우리는 아픔과 상실을 충분히 가슴에 품고 다시 행복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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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문화사랑방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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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공모 과정을 거쳐 공모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한숨만 나오는 일이긴 하다. 혼자서는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사람들이 이어지면서 현재이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고 명명해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 4월 28일 수요일이 바로 그날이다. 굳이 이렇게 "날"을 만들어야 하는 그 이면을 생각하니 참 바쁘게도 살아가는 한국사회가 펼쳐지긴 한다. 

 

바쁘지 않은 동네책방지기가 되어 이 사업을 하게 되어 다행이다. 청년들과 지역 문화예술가들의 사랑방으로 내어 준다는 것은 내게는 더없는 쾌락이니. 

 

잘 해내고 싶다. 잘 해낼 테다. 뭔가.. 자기 계발서를 생각하며 자기 긍정효과를 부른다. 유쾌한 일이 스르륵 열리지는 않는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면서도 설레는 아침이다.

 

 

"책방, 눈맞추다" 동네책방에서 열리는 문화가 있는 날
문화의 날에 만나서 같이 영화보고 수다떨기로^^


4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상영작품은 <해피 어게인>

"행복은 멈추어 있지 않아. 순간 만나는 마음이니까 언제든 다시 행복할 수 있지."
by. 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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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흩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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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흐린 날, 유난스레 마음을 헤집는 아침입니다. 

자연의 섭리가 인간의 심리를 담고 펼쳐질 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 오버랩됩니다.

 

주인공의 상실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는 영화 장치로써 비.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더니 주인공을 위해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죠. 우산 없이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두 눈에 흐르는 강물로 클로즈 업 됩니다.

 

슬픔의 극대화. 인간이 가진 강력한 신체 반응. 자신이 겪고 있는 상실한 마음을 자연현상으로 녹여내기도 합니다. 

2014년 4월 16일에서 2021년 4월 16일.
그리고 아직도 먼 진상규명과 진정한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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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기 세월호 기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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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산문집 『무료책방에서 자본론을 읽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습니다. 2014416일 세월호 참사는 제 삶에 뜻하지 않은 두려움을 주었습니다. 돌아보면 그저 순탄한 삶은 아니었지만, 저는 세 아이의 선택으로 일찍이 독립을 시키고도 단 한 번도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두렵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막연한 두려움은 공포로 내 삶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내 아이가 세월호에 있었다면 지금 나는 어찌 견디어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세월호 구조에 방관하고 있는 국가의 행위와 언론의 행태는 볼만 했습니다. 언론은 공정성을 잃은 채 표류하는 가운데 저는 무엇이든 해야 했고 사회 참여라는 작은 일부터 했습니다.

 

 4.16연대에 가입하고 후원금을 보내고 팽목항을 다녀오고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에 힘을 보태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알아내려는 프로젝트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내 삶을 갉아대는 공포심을 줄이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팽목항을 떠날 수 없는 마음, 304명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아니 구하지 않은 국가의 폭력 앞에 저항할 수 있었기에 그 공포심은 조금 잦아들었습니다.

 

 이 글이 잃어버린 생명들을 다시 기억하게 합니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는 지금까지 어떻게 그대로인가... 역사의 한 장에 기록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왜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는가. 진실이 침몰하고 한국사회는 어떻게 이리도 멀쩡한가... 그 설움과 분노, 절망을 뒤로 하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 희망으로 세월호를 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세 번째 책을 펴냅니다. 7주기를 맞아 다시 찾아간 팽목항은 세월의 흐름에 녹슨 구조물과 바닷바람에 견딘 노란 리본들이 아직도 아우성댑니다. 진실은 결코 제 힘을 잃지 않습니다.

 

 내 기억에서 지워지는 순간 진실은 희망을 잃게 됩니다. 세월호 기억하기. 성역 없는 수사와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힘을 더해 이 땅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세월호 참사 7주기 304명을 기억하고 진정하게 추모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붙임]

세월호 참사 이후 그 순간을 담아 둔 마음을 풀어둔 글에서 18편을 품고 세 번째 독립출판을 합니다. 인세 전액은 4ㆍ16 기억저장소에 기부합니다.

 

“세월호 기억하기. 아름다운 동행에 동참해 주세요.”

 

구입처:

[온라인] 교보문고/알라딘

[오프라인 독립서점] 책방, 눈 맞추다 (041-95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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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스테디셀러, 폭로 - 밀레니엄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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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스티그 라르손

 

밀레니엄 시리즈 3부는 그 모든 것의 폭로이다. 폭로한다는 것은 이 책의 제목처럼 벌집을 발로 찬 후를 상상하면 된다. 한 개인의 목숨을 담보로 벌집에서 튀어나온 그 많은 벌들이 내리꽂는 벌침을 맞아야만 한다. 

 

리스베타가 12살 이후를 버티어낸 것은 분노의 힘에서 비롯된 용기다. 그 용기로 얻은 자유, 그 자유를 누리기까지 책임은 집단이 아닌 미카엘이라는 저널리스트와 연결될 수 있는 정의감일 수 있다.

 

우정이라 부를 수 있는 마음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시작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리스베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 개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자유이다.  

 

분노와 용기와 자유와 책임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집단에 소속되건 그렇지 않건 상관없이 인간이 가진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결국에는 같은 의미로.

 

국가를 불신하는 개인이 주체로 살아가는 데 또 다른 개인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는 둘이면 하나의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대와 나, 둘로서 충분한 세상은 가능하다. 

 

리스베타와 미카엘이 벌집을 쑤시고 그 벌침에서 살아날 수 있기까지. 한 개인을 그대로 바라볼 단 한 명이면 충분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가... 

 

리스베타의 정의는 이루어지기는 했다. 필요에 의한 사람 관계만을 유지하려 하던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결국 대상화된 여자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한 걸음이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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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스테디셀러, 권력 - 밀레니엄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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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스티그 라르손

밀레니엄 1부는 스웨덴 대기업의 한 가족에서 시작된 증오로 시작된 범죄를 40년이 지나서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이다. 잡지사 밀레니엄의 기자인 미카엘과 조사원 리스베타의 활약상이 보여준 진실을 파헤치는 스릴러이다.

 

1부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리스베타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2부는 12살 소녀가 평생을 겪어온 이야기다. 리스베타 역시 그 시작은 가족에서 시작된 폭력이다.

 

학대와 폭력으로 시작된 생물학적으로만 아버지라는 대상에게 대응한 소녀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정신병자로 전락해 금치산자가 된다. 아버지가 만나는 대상인 된 여자는 창녀로 불리며 인간일 수 없다. 

 

그 아버지의 과거는 역시 그에게 드리운 소비에트가 있다. 전쟁의 역사가 인류의 기원이 된다는 말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전쟁의 역사에는 남성만이 인간으로 존재한다. 

 

20세기를 주도한 세력은 국가이고 개인은 가상의 권력기구인 국가의 도구로 쓰일 뿐이다. 그 사실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그 틀을 깬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아직 우린 국가를 벗어나 개인으로 온전하게 존재할 수 없으니까.

 

현대 민주주의에서 국가의 역할에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필요에 의한 개인의 선택을 그나마 상상할 수 있나 보다.   

 

국가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이기에 국가가 마음대로 휘두르는 권력 남용을 허락한다는 것은 아니다. 역사를 참고로 권력 남용의 예에서 배우는 교훈이 언제나 유효한 것인지도 사실 잘 모른다.

 

다만 한 개인이 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 너머에 있는 삶이기도 하다. 결국 덜 불편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감시하고 저항의 길을 걷는 것에 담담해질 필요가 있다. 

 

담담하게 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누군가에게는(이 책의 주인공 리스베타) 이렇게 처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 허구조차 진실을 담을 수 없는 경우의 수는 넘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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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스테디셀러, 은폐 - 밀레니엄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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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티그 라르손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스티그 라르손

 

이 책에 진입하면서 만나는 각 장의 첫 문장에서 소설이라는 픽션만을 떠올리지 못하는 나는 지독한 독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까. 책 덕후이기에 가능한 몰입이라고 말한다면 작가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1장

"스웨덴 여성의 18퍼센트는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 남성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2장 

"스웨덴 여성 중 46퍼센트가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3장

"스웨덴 여성 중 13퍼센트는 심각한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4장

"스웨덴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 중 92퍼센트는 고소하지 않았다." 

 

과연 이 땅에 태어난 여성은? 

밀레니엄 시리즈를 완성하고 출간한 책도 마주할 수 없는 작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소설보다 더 픽션 같지만. 

 

책이 출간하고 자그마치 10년을 넘기고서야 만나며 생각하게 되는 것은 삶에서 작동하는 시간이 늘 우회하여 이어진다는 점이다. 빛바랜 채 서가 한 귀퉁이에 꽂혀있던 이 시리즈가 눈부시게 파고드는 순간부터 이틀이 지나고 있다. 

 

이틀 동안 일상은 변함없이 지나고 다시 책을 여는 순간부터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다음 단계로 진행이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 없는 마음은 그리 자주 일어나는 감정은 아니건만.

 

증오 범죄와 연결되는 것은 성폭력과 죽음이다. 인류사를 이어 가는 현재까지 변함없이 전달되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그 어떤 '이즘'에도 꿋꿋하게 성장하며 더 은밀하게 팔리는 상품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보이는 이 증오를 풀어나가는 일은 문학에서나 또는 영화에서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 작품에서 애칭으로 불리게 되는 '살리'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를 들여다본다. 일반화된 개인이 되는 과정에는 필수적인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가족의 침묵이다. 

 

인류라는 공동체가 만든 가족이라는 허울 좋은 집단에서 살아가기 위해 부당함에 침묵하는 것만이 사회에서 한 개인으로 걸음을 떼는 일이다. 결국, 스스로가 빠져나오지 않는다면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가족이라는 명사는 '나'로서 독립을 방해한다. 그런 가족의 침묵에서 밀레니엄 시리즈는 전개되고 있다.

 

인류의 절반 가량이 남자라는 이유로 공기처럼 누리는 기득권은 너무 견고하다. 그 사실을 깨닫는 사람이 많이지면 조금 더 나은 인류로 방향을 틀 수는 있을까나... 적어도 사회 중심에서 나를 외치는 일이 메아리가 아니라면 한다.

 

코비드 시대에 이르기까지 사회와 개인의 관계는 평행선을 달린다. 아무래도 정부는 개인에게 최소한 역할로 이름값을 하는 것에 머물 것이고 가치 부여는 개인의 몫이었다. 통계 자료에서 숫자로 일반화되는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는 더 많은 숫자에 포함되는 개인이라는 외로움은 곧 상실감으로 표현되기도 하다. 

 

명사형으로 존재하는 정의, 진실, 사랑, 희망. 나열하는 동안 슬픔이 밀려온다. 그 슬픔마저 잃어버릴 수 없다는 마음을 다시 새기게 만드는 문학이라는 명사만이 생명의 기운을 전달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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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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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학교 』 이리스 라디쉬

 

"남성은 배워야 하고 여성은 되돌아봐야 한다"

 

책의 부제를 읽고 내게 질문을 던집니다. 각 장마다 펼쳐지는 이야기는 현대화에 별일 없이 살아가는 우리를 만나게 합니다. 책이 출간한 시기에서 십여 년을 훌쩍 지난 현재에 더 열렬하게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닿아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직업을 선택할지 아이를 낳을 것인지 깊이 고민하게 되는 가족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고뇌가 더 가까이 전해집니다.  

 

책은 독일 사회를 이야기하지만 한국 사회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들도 잊지 않았습니다. 번역자의 따뜻한 배려라고 해야겠죠. 독일이니까, 한국과 다르다는 이유로 선입견을 가질 염려를 조금은 덜도록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어느 나라이건 결혼과 육아 문제는 현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회 변화를 위한 역사에서 누군가의 희생으로 진보를 말하던 여러 사건들이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거대한 자본주의 체제를 달고 달리는 수레바퀴의 흐름을 막을 수 없는 것인지 막으려 하지 않는 것인지. 우리는 아이 없는 세상에서도 행복이란 말을 할 수 있을지요. 물론 아이 없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영웅이라 일컫는 사람이 이 시대에 여전히 필요하다고 부르짖는 일과 영웅 탄생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뒤섞이는 시대입니다. 인류는 영웅 없이 보통 사람들로 이어져 온 것인데도 보통 사람들은 역사에 기록되어 후세에게 전달되기도 어렵습니다.  

 

진화생물학이란 범주에서 바라본다면 인간 중심사회이기에 가능한 가족 공동체라는 발상일지 모릅니다. 최근 접한 진화생물학자의 긴 편지 형식의 소설 '마야'를 읽게 되었는데 그 학자조차 가족이 해체된 이유가 아이를 잃고 나서였답니다. 

 

누군가는 가족이 필요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을 거부합니다.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것들이 현대화라는 망토를 뒤집어쓰고 진행되는데 가족만큼은 현대화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얼마나 역설적인가요. 아이의 탄생으로 겪어야만 하는 육아 시기 어려움과 그 시기에 만난 찰나의 기쁨이 평생을 지탱하는데 적잖은 위로를 주기도 한다는 사실이요.

 

저자가 서문에서 전하는 간절함은 이렇습니다. 

 

"일과 아이, 사랑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세계를 위하여 더 이상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는 우리의 사랑을 바라봐야 한다."

 

저자는 남성 중심 가부장 제도와 페미니즘이 놓친 아이와 엄마라는 위치의 여성 문제도 비판합니다.

 

자기 결정으로 임신과 출산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보호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역할은 더없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혈연만을 고집하는 가족은 더는 권력이 아니니까요. 

 

다양한 가족 공동체가 우리의 사랑을 지속 가능하게 한다는 희망을 이 책에서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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