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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2.28 12명 대통령과 살아온 나는...

12명 대통령과 살아온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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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12월 마지막 주는 후다닥 지나가고는 했어요. 평생 이렇게 고요한 메리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풍경은 처음 맞아요. 혼자 지내는 시간에 푹 빠지며 지내는 게 익숙한 시절입니다.

 

애인이 보내준 향기로운 커피 향내와 기분 좋은 음악이 있으니 무에 그리 바랄 게 있을까나...

 

 

 

하던 일을 마무리하는 일은 12월 끄트머리가 되면 뜻밖에 발견의 기쁨을 주고는 해요. 홀로 지내는 그 많은 시간 가까이 쌓아둔 읽을 책들 사이에서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립니다그 한가지로 한 해를 정리하다 보니 내가 태어나 살아온 현대사가 되어 버렸어요

 

2020년 고단한 코로나 19 시절을 지나치는 중인데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 서 있다는 생각도 들어 순간 멍 해지기도 하지만요아무래도 길은 늘 열려 있었던 것 같아 한 걸음 내딛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이어서 가장 짧은 임기의 윤보선 대통령을 지나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대통령 박정희까지 나의 십 대는 개인의 간헐적 기억과 교과서로 대한민국이 인지되었던 시절이었죠.

 

전두환의 쿠데타로 시작해 87항쟁을 거쳐 노태우의 대통령 당선을 지나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차츰 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정부라는 존재 자체를 실감할 수 없던 시절, 신뢰라고는 티끌만큼도 없이 되풀이되는 사회에 스스로를 돌보는 일만도 너무 버겁던 20대였어요. 사회로부터 나를 지켜내기 위해 벽을 쌓는 일을 하며 무장해제할 수 없었던 첫 번째 생애주기를 지나왔죠.

 

두 번째 주기의 나의 삶은 가족 안으로 안착하는 선택으로 결국 나를 지킨 것이 되나 봅니다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누구이건 상관없었다고 하는 게 비교적 솔직한 마음입니다. 어차피 내가 바라보고 느끼며 살아갈 공간과 시간은 한정돼 있었기에 그 안에서 좋은 삶을 살아내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현재의 즐거움과 내일을 향한 설레임으로 가족 공동체가 주는 작은 힘이 건네는 사랑만이 이 세계가 주는 유일한 위안이 아닐까 생각하고는 합니다.

 

이 두 번째 시절은 다행히 평화를 내걸어 정권이 교체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대통령으로 지나갔죠. 정치 무관심이 최선처럼 여겨지던 때, 알아야 뭐든 지킬 수 있다는 개인적 이유로 21세기를 맞이하며 관심 주지 않았던 역사에 뒤늦게 몰입하던 시절입니다.

 

역사를 다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적지 않은 배신감. 한국 사회가 주입하던 세계관의 허세, 신자유주의라는 말장난이 숨긴 세계화라는 주입된 교육의 실체는 그야말로 비통했습니다.

 

어렴풋이 느끼던 이십 대의 감정을 더 공고하게 만들어주는 시절로 지나면서 사회 양극화를 더 깊게 새겨놓았지요그렇다고 모든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죠. 세상은 이렇게나마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시절 내 마음이 겪은 고통이 희석될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을 품을 수 있어서였어요.

 

세 번째 생애주기를 맞으며 만난 18대 대통령은 탄핵으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할 것인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제 인생을 좀 더 역동적으로 바꾸는 시작이 되었답니다.

 

18대 대통령 박근혜 당선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 심각하게 정체된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계기였어요.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이 사회가 과거로 역주행하고 있다는 놀라움이었죠.

 

그 놀라움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안 보이는 힘이었어요. 뭐든 해야만 했고 개인주의자가 적극적인 이타주의자로 나아가는 진보의 시작이 되었거든요. 위기에 맞서는 개인의 생애 전환은 비틀거리는 정의를 넘어지게 만들지는 않으니까요.

 

시민사회는 생각에서 행동으로 다시 또 다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한 걸음에 같이 할 수 있을 때 자명성을 얻게 됩니다. 무조건 순응하고 수용하는 국민에서 능동적으로 주체성을 발휘하는 시민으로 진보할 때 정치는 작동하니까요. 개인적인 일이 정치적이라는 말은 강력한 힘을 건네는 문장입니다.

 

사람이 먼저다!”

 

19대 대통령 말씀이 아직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바보 같을 까요? 다행스러운 것은 스스로 바보같이 살아온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기에 바보라고 해도 웃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12명의 대통령을 지나오면서 나답게 살아올 수 있었던 나의 현대사는 자각과 각성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 서서 아직도 꿈을 품고 있네요.

 

오늘은 비가 와도 이 비가 걷히면 어디선가는 뜰 무지개를 닮았네요한 해를 마무리하는 그대의 오늘도 역시 궁금합니다. 그대, 잘 지내고 있지요? 안부 인사를 건네면서 그대여, 새해에도 복 많이 지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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