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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스테디셀러, 은폐 - 밀레니엄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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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티그 라르손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스티그 라르손

 

이 책에 진입하면서 만나는 각 장의 첫 문장에서 소설이라는 픽션만을 떠올리지 못하는 나는 지독한 독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까. 책 덕후이기에 가능한 몰입이라고 말한다면 작가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1장

"스웨덴 여성의 18퍼센트는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 남성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2장 

"스웨덴 여성 중 46퍼센트가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3장

"스웨덴 여성 중 13퍼센트는 심각한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4장

"스웨덴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 중 92퍼센트는 고소하지 않았다." 

 

과연 이 땅에 태어난 여성은? 

밀레니엄 시리즈를 완성하고 출간한 책도 마주할 수 없는 작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소설보다 더 픽션 같지만. 

 

책이 출간하고 자그마치 10년을 넘기고서야 만나며 생각하게 되는 것은 삶에서 작동하는 시간이 늘 우회하여 이어진다는 점이다. 빛바랜 채 서가 한 귀퉁이에 꽂혀있던 이 시리즈가 눈부시게 파고드는 순간부터 이틀이 지나고 있다. 

 

이틀 동안 일상은 변함없이 지나고 다시 책을 여는 순간부터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다음 단계로 진행이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 없는 마음은 그리 자주 일어나는 감정은 아니건만.

 

증오 범죄와 연결되는 것은 성폭력과 죽음이다. 인류사를 이어 가는 현재까지 변함없이 전달되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그 어떤 '이즘'에도 꿋꿋하게 성장하며 더 은밀하게 팔리는 상품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보이는 이 증오를 풀어나가는 일은 문학에서나 또는 영화에서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 작품에서 애칭으로 불리게 되는 '살리'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를 들여다본다. 일반화된 개인이 되는 과정에는 필수적인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가족의 침묵이다. 

 

인류라는 공동체가 만든 가족이라는 허울 좋은 집단에서 살아가기 위해 부당함에 침묵하는 것만이 사회에서 한 개인으로 걸음을 떼는 일이다. 결국, 스스로가 빠져나오지 않는다면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가족이라는 명사는 '나'로서 독립을 방해한다. 그런 가족의 침묵에서 밀레니엄 시리즈는 전개되고 있다.

 

인류의 절반 가량이 남자라는 이유로 공기처럼 누리는 기득권은 너무 견고하다. 그 사실을 깨닫는 사람이 많이지면 조금 더 나은 인류로 방향을 틀 수는 있을까나... 적어도 사회 중심에서 나를 외치는 일이 메아리가 아니라면 한다.

 

코비드 시대에 이르기까지 사회와 개인의 관계는 평행선을 달린다. 아무래도 정부는 개인에게 최소한 역할로 이름값을 하는 것에 머물 것이고 가치 부여는 개인의 몫이었다. 통계 자료에서 숫자로 일반화되는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는 더 많은 숫자에 포함되는 개인이라는 외로움은 곧 상실감으로 표현되기도 하다. 

 

명사형으로 존재하는 정의, 진실, 사랑, 희망. 나열하는 동안 슬픔이 밀려온다. 그 슬픔마저 잃어버릴 수 없다는 마음을 다시 새기게 만드는 문학이라는 명사만이 생명의 기운을 전달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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