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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1.21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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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학교 』 이리스 라디쉬

 

"남성은 배워야 하고 여성은 되돌아봐야 한다"

 

책의 부제를 읽고 내게 질문을 던집니다. 각 장마다 펼쳐지는 이야기는 현대화에 별일 없이 살아가는 우리를 만나게 합니다. 책이 출간한 시기에서 십여 년을 훌쩍 지난 현재에 더 열렬하게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닿아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직업을 선택할지 아이를 낳을 것인지 깊이 고민하게 되는 가족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고뇌가 더 가까이 전해집니다.  

 

책은 독일 사회를 이야기하지만 한국 사회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들도 잊지 않았습니다. 번역자의 따뜻한 배려라고 해야겠죠. 독일이니까, 한국과 다르다는 이유로 선입견을 가질 염려를 조금은 덜도록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어느 나라이건 결혼과 육아 문제는 현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회 변화를 위한 역사에서 누군가의 희생으로 진보를 말하던 여러 사건들이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거대한 자본주의 체제를 달고 달리는 수레바퀴의 흐름을 막을 수 없는 것인지 막으려 하지 않는 것인지. 우리는 아이 없는 세상에서도 행복이란 말을 할 수 있을지요. 물론 아이 없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영웅이라 일컫는 사람이 이 시대에 여전히 필요하다고 부르짖는 일과 영웅 탄생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뒤섞이는 시대입니다. 인류는 영웅 없이 보통 사람들로 이어져 온 것인데도 보통 사람들은 역사에 기록되어 후세에게 전달되기도 어렵습니다.  

 

진화생물학이란 범주에서 바라본다면 인간 중심사회이기에 가능한 가족 공동체라는 발상일지 모릅니다. 최근 접한 진화생물학자의 긴 편지 형식의 소설 '마야'를 읽게 되었는데 그 학자조차 가족이 해체된 이유가 아이를 잃고 나서였답니다. 

 

누군가는 가족이 필요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을 거부합니다.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것들이 현대화라는 망토를 뒤집어쓰고 진행되는데 가족만큼은 현대화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얼마나 역설적인가요. 아이의 탄생으로 겪어야만 하는 육아 시기 어려움과 그 시기에 만난 찰나의 기쁨이 평생을 지탱하는데 적잖은 위로를 주기도 한다는 사실이요.

 

저자가 서문에서 전하는 간절함은 이렇습니다. 

 

"일과 아이, 사랑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세계를 위하여 더 이상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는 우리의 사랑을 바라봐야 한다."

 

저자는 남성 중심 가부장 제도와 페미니즘이 놓친 아이와 엄마라는 위치의 여성 문제도 비판합니다.

 

자기 결정으로 임신과 출산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보호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역할은 더없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혈연만을 고집하는 가족은 더는 권력이 아니니까요. 

 

다양한 가족 공동체가 우리의 사랑을 지속 가능하게 한다는 희망을 이 책에서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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