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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9.15 어쩌다가 사랑을 선택하다

어쩌다가 사랑을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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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 처음 내린 커피 향내로 방 안 가득 안락함이 몰려듭니다. 창으로 밀려들어오는 파란 바람이 좋습니다. 가을 시작을 알리면서 생일을 맞는 나를 위해 몇 해 전부터 세 명의  애인이 책을 한 아름 선물로 보냅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 책과 더불어 가을을 맞이하면서 웃음지으며 처음 고른 책을 열고 몇 자 적어놓으면서 책장을 넘깁니다. '어른들의 거짓된 삶'이라는 책 제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내가 어른이기에 그런가요.

 

이 책의 주인공, 십 대 소녀 조반나가 성장해가면서 알아가는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사랑으로 저질러진 선택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처음 한 그 선택이 주는 어른들의 삶은 알 수 없는 미로처럼 혼란을 줍니다.

 

십 대의 눈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벅찬 진실이 삶에 그럭저럭 묻혀 지나오다니. 믿기 힘든 일을 결국에는 인정하며 받아들이려 합니다. 성장하면서 겪는 통과의례라고 제목 짓고 말이죠.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파열음은 다양하게 소리를 내면서 터져 나옵니다. 나는 나대로 가족들은 그들나름대로 아우성을 치게 마련이죠.

 

이제는 감히 사랑한다고 말 하기 어려운 내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지나는 삶이라도 내 마음 한 구석 눌어붙은 그 마음을 알 수 없는 게 삶이 건네는 딜레마일 겁니다.

 

그저 내 곁에 있는 사람과 관계가 주는 구속일 수도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과 개인의 선택은 불가항력은 아닌가 싶어지기도 하네요. 숙명론을 믿지 않는 제가 어쩐지 숙명처럼 받아들인 순간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이제는 한국인이기에 작동되는 문화유전자 밈이라고 설명해도 될 것 같기는 해요.

 

삶은 그토록 번잡하게 다가와 소용돌이치고 서서히 썰물처럼 내 마음을 슬그머니 가져가 버리나 봅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만큼 평생을 서성이게 하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겠지요. 

 

이탈리아라는 사회 배경은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곳과 다릅니다. 제게 이탈리아는 주로 영화를 통해 그들이 누리는 삶의 열정과 사랑에 얹어진 낭만을 자연의 모습으로 전해주고는 했어요. 

 

그 어느 곳에서 살아간다해도 사랑은 그저 사랑이지요. 다만 어떤 사랑을 선택하는지는 결국 나의 몫이었습니다. 결혼으로 어른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닌데도 결혼을 전제로 뭇 어른처럼 삶을 이끌어가야 했나 봅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합니다. 이 문장처럼 무책임하고 잔인한 말이 있을까요. 성장통을 치르고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환상처럼 삶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통증을 느낍니다. 

 

거짓된 삶을 살아야 하는 어른들에게 어쩌면 작은 위로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이 건넨 삶의 욕망들은 대체로 다 엉터리였다고요. 나는 그 어른으로 살아가지 않으려고 참 많이 애썼나 봅니다. 

 

어른으로 살아가려 무진 애쓰는 그대를 위한 내 사랑으로 위로를 보냅니다. 지금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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