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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03 문학은 자유입니다

문학은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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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은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 글에서 문제로 제기한 '우리'라는 말에 몰두하게 된 상황에 다시 집중합니다.  

 

 "당면의 문제가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면, 더 이상 '우리'라는 말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일상에서 살다 보면 '나'는 늘 희석되고는 합니다. 과거 농업 중심 사회에서 작동하던 언어가 긍정적인 의미로 '나'를 옭아맵니다. 

 

우리 안에 내가 없는 삶을 살아오기까지 잃어버린 시간이 흑백사진처럼 펼쳐지기도 하죠. 개인을 앞세우게 된 시절이 그리 멀지 않아요. '우리'라는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살아오면서 발견하는 일은 흔합니다. 

 

다만 '우리'를 앞세워 '개인'을 존중하지 못해 나타나는 부정적인 면이 더 크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 '개인'이 없다면 결국 전체주의와 다를 것이 없으니까요.

 

저자는 이 책에서 사진의 영향을 강조합니다. 사진 기술이 발달해오면서 이 세계는 진실과 왜곡, 사실 조작으로 인한 대중의 여론 형성 등 권력으로 현실을 미화하기까지 사진이 가져온 사고방식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특히 전쟁을 담은 사진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선택해서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 결과는 예측하는 방향대로 흘러왔다는 것이죠. 흑백사진에서 색감 풍부한 사진까지 볼 수 있었던 사진에 이제 선택권은 없어 보입니다. 

 

현대에서 넘치는 이미지가 그렇듯이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주는 영향은 사고 영역에 깊이 스며들고는 하니까요. 이미지의 힘입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해주는 것은 이렇습니다. 이것도 오늘날 급속히 진부해져 가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사진이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 설명하는 첫 번째 사고방식은 대중매체가 주목하는 것들을 대중들도 주목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예를 들면 'CNN 효과' 이다. 두 번째 사고방식은 이미지로 뒤덮인 세계에서는 우리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그 무엇인가의 영향력이 점점 떨어져 간다는 것. 예컨대 우리는 완전히 무감각해져 버리는 셈이다. 

 

타인의 고통이 매개체를 거쳐 내 두 눈을 스쳐 지나고 잠시, 아주 잠시 정지된 감각을 마주하는 일은 잦게 일어난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이미지 외에 그 '무엇인가'로 얻는 감각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마주합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전달되는 이미지로 삶을 성찰할 기회는 많습니다. 그 성찰할 순간은 그 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데 있겠지요. 성찰보다는 자극을 주는 일이 됩니다. 

 

타인의 고통은 순간 마주함으로 끝나는 거지요. 그후 아무 일도 없는 듯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거지요. 그렇게 살도록 사진 기술은 계속 앞으로 앞으로.

 

문학이 내게 자유인 것은 타인의 고통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개인으로 성장하도록 벗으로 있어주기 때문입니다. 수전 손택이 '무엇인가'를 말할 때 감각을 벼리게 하는 매개체로 책을 떠올리는 삶을 누리고 있네요.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일로 무거운 가슴앓이가 적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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